박성숙 선생님께서 보내주신 정보를 바탕으로 교실과 가정에서 진행할 수 있는 교수법을 몇 가지 제안합니다.
소개하는 교육활동을 진행하기 전에 해당 유아의 읽기와 쓰기에 대한 몇 가지 전제조건을 먼저 이해하고 수업을 진행하시 바랍니다.
첫째, 본 유아의 글자 쓰기와 읽기 수준에 문제가 있는 것이 아닙니다. 말씀하신 것처럼 신체적 활동이나 자연 탐구 면에서 발달적 문제가 있는 것이 아니라면 단지 글자를 쓰고 읽는 속도가 다른 유아에 비해 느리다고 문제시하는 것 자체가 문제입니다. 받침이 있는 글자에 어려움을 겪는 것이나 글자에 흥미를 보이지 않는 것은 발달적 문제가 아니라 개인적 흥미도의 차이로 받아들여야 합니다. 교사와 부모의 걱정과 우려는 오히려 해당 유아에게 강한 스트레스를 느끼게 하고 더 나아가 글자에 대한 거부감을 불러일으키게 됩니다. 따라서 선생님과 부모님 상호 간에 유아 앞에서 글자 쓰기와 읽기에 과도한 관심을 갖는 자세를 보이지 않는 것이 오히려 필요함을 알려드립니다.
둘째, 선생님께서 진행하는 글자 쓰기 수업이 가정으로까지 전해져서는 안됩니다. 현재 가정으로 글자 쓰기 숙제를 보내고 있는 것은 중단하기 바랍니다. 교실에서 진행하는 수업은 교실에서 끝내고 가정에서는 부모님께서 다른 형태의 활동을 진행하는 것이 적절합니다. 쓰기와 읽기에 동시에 발달이 느리므로 가정에서는 쓰기보다 읽기 활동에 관심을 갖도록 지도해 주세요. 부모님께서 서로 번갈아 가며 반드시 시간을 내어 하루에 1권씩 그림책을 읽어주도록 합니다. 걱정만 하고 실천하지 않는다면 그것은 책임감 없는 자세임을 알려주시고 그림책의 글자를 그대로 읽기가 아닌 이야기를 재미있게 들려주는 방법으로 진행되어야 글과 글자에 자연스럽게 관심을 이끌어낼 수 있습니다. 지금부터 내년 2월까지 꾸준히 하신다면 분명한 효과를 확인할 수 있을 것입니다. 즉 유아에게 숙제를 주는 것이 아니라 부모님께 숙제를 내주셔야 한다는 점입니다. 바쁘다, 시간이 없다, 피곤하다는 핑계를 대지 말고 반드시 지키도록 강조해야 합니다. 더불어 재미있게 읽어줄 수 있고 글자 수가 적은 좋은 그림책 목록을 선생님께서 함께 제공하는 것이 필요하겠죠! 그림책 목록은 선생님 스스로 서점에서 그림책 코너에서 시간을 내어 검토하고 최소 30권 이상 목록을 작성하여 부모님께 제공하기 바랍니다. 그 정도의 수고는 하셔야 합니다.
셋째, 가정에서 부모님이 읽어준 그림책의 앞표지를 유아가 보고 베껴 그리도록 지도하도록 합니다. 그림책을 관찰하고 그대로 베껴 그리는 활동은 재미뿐만 아니라 자연스럽게 모르는 글자를 읽는 척 할 수 있도록 합니다. 일정한 크기의 도화지를 준비하여 하루에 한 장씩 그리고 완성한 작품은 원으로 다음날 가져오도록 합니다. 귀가지도 시간에 유아를 초대하여 친구들에게 완성한 그림을 보여주고 어제 부모님께서 읽어준 그림책의 제목과 내용을 소개하는 시간을 제공함으로써 자신감과 성취감을 느낄 수 있도록 이끌어주세요. 매일 진행하기 어렵다면 일주일에 1~2번씩 하고 소개하지 않았더라도 유아의 그림을 교실의 적당한 벽면에 꾸준히 부착하여 전시해주세요. 이러한 과정을 통해 자연스럽게 읽고 쓰고 생각하고 소개하는 활동을 경험하게 됩니다. 숙제가 아닌 놀이로써 접근하는 자세와 노력을 기울이지 않는다면 해당 유아는 점점 더 언어발달에 어려움을 겪고 글자에 대한 두려움과 싫증을 느끼게 됨을 끊임없이 인식하세요.
넷째, 선생님께서 교실에서 진행할 활동을 제안합니다.
현재 하고 계신 것처럼 학급 유아들의 이름 쓰기 활동을 하세요. 복사지를 이름 석 자를 색연필 또는 사인펜으로 쓰기에 적합한 크기(손바닥 길이 정도)로 충분히 잘라서 준비합니다. 하루에 한 명씩 원하는 학급 친구들의 이름을 큼직큼직하게 적도록 합니다. 친구 이름을 적은 글자 카드 뒷면에 투명테이프를 둥글게 말아 붙이고 적당한 벽면에 붙여줍니다. 매일 진행하여 차례로 완성된 이름 카드를 정해진 벽면에 꾸준히 붙여 나가도록 합니다. 친구 이름 쓰기가 끝나면 해당 유아가 좋아하는 만화 제목, 좋아하는 장난감 이름, 좋아하는 음식 등 유아 개인의 경험과 관련된 주제를 정하여 꾸준히 같은 방법으로 하루에 한 장씩 쓰기 활동을 진행합니다. 필요하다면 2~3장씩 할 수도 있겠죠! 적어야 할 글자를 스스로 모른다면 선생님께서 이면지에 적어주고 보고 베껴 쓰도록 지도하면 됩니다. 혹 잘못 베껴 쓰더라도 절대 고치거나 지적하지 않고 칭찬해 줍니다. 중요한 점은 유아가 쓴 글자 카드를 버리지 않고 계속해서 지정된 벽면(또는 문이나 게시판 등)에 붙여나갑니다. 양이 늘어나면 한 달에 한 번씩 떼어 박음쇠를 끝부분을 박거나 봉투에 담아 집으로 보내주고 새로 시작합니다. 더불어 다른 유아들이 흥미를 보이면 원하는 유아들도 함께 할 수 있도록 배려합니다. 벽면 한 곳을 다 채우도록 계속해서 붙여 나가는 것이 필요합니다. 교실애에 적합한 공간이 없다면 복도 벽면을 활용하는 것 또한 좋은 방법입니다. 8월 중순인 지금부터 2월말까지 꾸준히 진행한다면 선생님 또한 그 효과를 확인할 수 있습니다.
다음으로 글자 도장을 준비하여 마음대로 글자놀이를 할 수 있는 코너를 준비해 주세요. 시중에서 판매되는 자음 도장과 글자도장을 구입하여 잉크 스탬프와 종이를 정해진 공간에 비치해 놓고 자유선택활동 시간에 4~5장 정도씩 마음대로 글자 도장 찍기를 하도록 격려하세요. 꼭 문법에 맞는 글자여야 할 필요가 없으며 마음대로 찍고 만들어진 글자를 함께 읽어보세요. 아마도 전혀 읽을 수 없거나 발음이 어려운 글자들이 나오겠지만 이 또한 글자에 관심이 없고 어려움을 느끼는 유아들에게 흥미로운 활동입니다. 이 활동 종이 또한 붙여주거나 집으로 꾸준히 보내어 아이 방문에 붙여주도록 합니다.
위에서 제시한 글자 쓰기 활동은 복사지 보다 색도화지를 사용할 수 있다면 더 좋습니다. 다양한 색깔의 색도화지를 같은 크기(때로는 다양한 크기)로 충분히 잘라서 준비해 놓고 원하는 시간 또는 정해진 시간에 철자의 맞고 틀림에 관계없이 활동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그 외에 가정과 교실에서 읽어준 그림책 목록을 A4 복사용지에 큼직하게 인쇄하여 목록표를 붙여주세요. 가능하다면 목록표 옆에 해당 유아가 주인공의 모습을 간략하게 그려 넣도록 지도하면 더욱 좋습니다.
다양한 활동이 있겠지만 현재 해당 유아의 발달적 개별적 특성을 고려할 때 위에 제시된 활동만으로도 충분히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봅니다. 초등학교 입학 전에 표준적 쓰기의 기초를 다져준다면 생각하는 것 이상으로 쉽고 빠르게 글자에 관심을 갖고 어렵지 않게 벽을 넘어서게 됩니다. 유아의 개별성을 인정하고 모두가 똑같은 수준과 이해를 요구하지 않기 바랍니다. 그렇게 된다면 그 유아의 생각은 자랄 수 없으며 자신만의 성장을 꿈꿀 수 없습니다. 문자 해독성에 문제가 있는 유아가 아니므로 선생님의 폭넓은 자세가 중요하며 부모님께 자녀에 대하여 보다 여유로운 자세를 갖고 필요한 자극을 주도록 이끌어주는 것이 선생님의 역할이라 생각됩니다.
보다 구체적인 다양한 교육 활동이 필요하다면 유아언어교육 도서들을 읽고 탐구하는 노력을 기울이시길 바랍니다. 숙제나 지겨운 활동이 아닌 놀이로써의 쓰기와 읽기 활동은 무궁무진하므로 이를 향한 선생님의 노력이 있기를 기대하며,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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