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최유경입니다.
그림책을 추천해 달라는 요청을 받을 때마다 당혹감과 불안함을 느끼곤 합니다. 좋은 그림책에 대한 관점은 개개인에 따라 다르고 매일 수많은 그림책들이 쏟아져 나오며, 정작 추천해 드리는 도서가 왜 좋은지에 대한 부모님들의 이해가 없는 상황에서 올바른 독서가 이루어질 수 있을까 하는 의구심 때문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상한 그림책(문학적 또는 교육적인 가치가 없는)들을 수없이 사서 책꽂이에 꽂아놓은 가정들을 무수히 보았기에 소량의 도서라도 개인적 기준에서 권해드립니다.
좋은 그림책은 수없이 많고 매일 매일 좋은 그림책들이 출간되고 있으므로 이를 찾아나가는 과제는 부모님들의 몫이며, 왜 이 그림책이 좋은지, 어떻게 읽어주고 활용해야 하는지 또한 스스로 고민하고 탐구해야 할 과제임을 전제로 몇 권의 도서를 추천해 드립니다.
추천 도서가 자녀의 책에 대한 관심과 호기심을 충족시키는데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길 바라며, 소개해 드리는 도서 외에 다양한 사이트를 활용하여 좋은 그림책을 찾기 위한 수고를 아끼지 않으시기 바랍니다.
첫째, 현재 소장하고 있는 그림책과 관련하여 한 작가의 다른 그림책들을 꾸준히 읽어주세요.
1) 심스 태백(요셉의 작고 낡은 오버코트가)의 ‘옛날 옛날에 파리 한 마리를 꿀꺽 삼킨 할머니가 살았는데요’ ‘잭이 지은 집에서 도대체 무슨 일이 일어났을까’는 사건의 배열 및 시간의 경과에 따른 사건이나 사물의 변화와 더불어 문장의 꼬리를 물고 물리는 말놀이의 줄거움을 자연스럽게 배울 수 있습니다. 검정 배경을 바탕으로 그려진 원색의 그림 또한 매력적인 작품으로 다가오지요.
2) 레오 리오니(프레드릭)의 그림책은 너무 많아서 일일히 소개하기가 어렵죠. 개인적으로 ‘으뜸 헤엄이’ ‘내 꺼야’ ‘물고기는 물고기야’를 좋아합니다. 그림의 독창적 표현과 더불어 문제 상황을 해결하고 이해하는 관점은 아이들의 상상력에 즐거운 자극이 되어줍니다.
3) 마르쿠스 피스터(무지개 물고기)의 ‘용기를 내 무지개 물고기’ ‘무지개 물고기와 흰수염고래’ ‘날 좀 도와줘 무지개 물고기’ ‘길 잃은 무지개 물고기’ ‘무지개 물고기와 신기한 친구들’ ‘꼭꼭 숨어라 무지개 물고기’는 무지개 물고기를 주인공으로 새로운 이야기가 연결되어 진행되므로 장편 소설과 같은 이야기의 묘미를 느낄 수 있어요.
4) 고미 타로(누구나 눈다)만큼 재미있는 작가가 또 있을까 하는 생각을 종종 하게 됩니다. ‘몸의 구석구석이 말하기를’ ‘악어도 깜짝 치과의사도 깜작’ ‘똑똑하게 사는 법’ ‘모두가 가르쳐 주었어요’ 등 간단하면서도 이야기의 재미와 따뜻한 의미가 담긴 책들이 많습니다. 고미 타로의 작품은 특히 둘째 아이에게 적합한 그림책들이 많습니다.
5) 볼프 에를브루흐(누가 내 머리에 똥 쌌어)의 ‘커다란 질문’ ‘청어 열 마리’ ‘못 생긴 다섯 친구’ ‘내가 함께 있을게’ 등을 읽어보세요. 간단한 이야기 속에서 철학적 의미를 음미할 수 있어요.
둘째, 아래에 소개된 작가들의 그림책들을 다양하게 살펴보고 자녀의 마음에 드는 작품을 꾸준히 한 권씩 구입하여 읽어주세요.
토드 파, 앤서니 브라운, 엘라 마리, 배빗 콜, 루이스 엘럿, 유타 바우어, 에즈라 잭 키츠, 로렌 리디, 한태희, 고경숙, 데이빗 섀논, 이언 포크너, 레이먼드 브리그즈, 존 버닝햄, 이와므라 카즈오, 로렌 차일드, 몰리 뱅, 빌 마틴 주니어, 이혜리, 에릭 칼, 에드 엠벌리, 에드 영, 뻬뜨르 호라체크, (추가)마거릿 와이즈 브라운, 데이비드 위즈너, 사라 파넬리, 존 세스카, 모리스 샌닥, 팻 허친스, 이보나 흐미엘레프스카, 정해영, 이언 팰코너, 에릭 바튀, 브라이언 와일드 스미스, 윌리엄 스타이크 등. 당연히 그 외의 많은 작가들의 그림책을 찾아보도록 하세요.
셋째, 세상은 책을 읽는 이와 읽지 않는 이로 나뉜다면, 다시 시를 읽는 이와 읽지 않는 이로 나뉜다는 생각을 합니다. 시는 언어의 아름다움과 인간의 따뜻한 감성에 대한 노래이지요. 어려서부터 시를 꾸준히 접한 이는 진정 풍요로운 삶을 꾸려가는 힘을 지닐 수 있습니다. 특히, 어린이를 위한 동시는 말의 재미를 느끼고 일상생활에서 경험하는 이야기를 자연스럽게 들려주므로 감정이입에 더없이 좋은 친구가 될 수 있습니다. 동시집 또한 매우 다양하므로 동시집 코너에 자주 들르시기 바랍니다. ‘최승호 시인의 말놀이 동시집1, 2, 3, 4, 5’ ‘침 튀기지 마세요’ ‘튀겨질 뻔 했어요’ 그 외에 백창우 시인의 작품을 활용한 동시집 등을 권합니다.
넷째, 개인적으로 유아기에 전집 구입은 적합한 도서 구입법이 아니라고 생각하기에 추천해드릴 목록이 없습니다. 좋은 작가의 그림책 시리즈라 할지라도 전집을 구입하거나 한 번에 다량의 책을 구입하는 것은 중고등학년이나 성인이 되었을 때 적합한 구입법이라 생각합니다. 이 또한 책의 내용에 따라 달라지고요. 영유아기와 초등학교 저학년 시기에는 아무리 좋은 책들이라도 낱권으로 일주일에 3~5권 이내에서 구입하여 반복적으로 손이 가도록 이끌어주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좋은 책은 읽고 또 읽고 그리고 다시 읽기를 하도록 이끌어주는 힘이 있습니다. 한 권의 책을 또 읽고 다시 읽고 하는 과정을 자연스럽게 경험한 아이와 그렇지 않고 한 번 읽고 다시 읽지 않은 아이의 생각주머니는 쉽게 평가할 수 없는 깊은 차이를 지니게 됩니다.
더불어 본 연구소 홈페이지에 매월 소개해 드리는 그림책들을 아이와 함께 서점에서 찾아보고 자녀의 마음에 든다면 구입하여 읽어주세요. 나름대로 문학적 또는 교육적 가치와 의미가 있는 좋은 그림책들이라고 평가할 수 있는 작품들입니다.
도움이 되길 바라며, 가족과 함께 즐거운 설 명절 보내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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