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연구소 소장 최유경입니다.
오늘 한 학생의 메일을 받고 또 한번 제가 가는 이 길의 의미를 찾으려 애쓰며 저녁 시간을 다 보내고 말았습니다.
학생의 메일에 대한 답글을 본 연구소와 본인을 알고 계시는 많은 이들에게 자신이 서 있는 길에 대한 의미는 무엇인지 찾는 시간을 갖게 되길 바라며, 공개합니다.
다음은 본인의 답글입니다.
답답하시다구요?
선생님께서 느끼시는 답답함이 제가 매일 매일 마주치는 원장들과 교사들과 학생들에게 느끼는 분노와는 어떤 관계가 있을까요?
오히려 제가 선생님들께 물어보고 싶습니다.
정말 교육계획안을 작성하는 것이 그렇게 불가능한 일인지?
그것을 실천하는 비율이 비록 10%에도 못미칠지라도!
진정 유아의 눈높이를 보려는 마음을 지니려고 노력하는 것이 그렇게까지 불가능한 일인지?
그것을 실천하는 자세가 비록 20%도 안될지라도!
배운 것을 실천해 보고자 마음가짐을 갖는 것이 진정 현실에서는 이룰수 없는 이상인지?
처음 지닌 그 마음가짐이 점차 흩어져 채 30%도 남지 않았다 할지라도!
그렇다면 왜 배우시는지?
무엇을 배우시려는 것인지?
언제까지 그러한 자세로 자신의 자리를 지키고만 있을것인지?
저야 말로 진정 선생님들께 궁금합니다.
답답하다면 실천하세요.
주변을 탓하고 타인을 탓하기 이전에 자신의 삶을 되돌아보세요.
그리고 무엇을 해야 하는지 스스로에게 끊임없이 되물으세요.
어떻게 해야하는지 궁금하다면 해결이 될 때까지, 해답을 구할 때까지 괴로움을 느끼세요.
그럴때만이 무엇을 해야 할지, 어떻게 해야 할지, 왜 해야 할지 이해할 수 있을 것입니다.
제가 지금까지 도대체 누구를 가르쳐 왔는지 궁금하시다구요.
바로 주변과 타인 만을 탓하는 사람들만 가르쳐 왔습니다.
무엇을 해야 하는지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지지 않는 사람들만 가르쳐 왔습니다.
그리고 어떻게 해야 하는지 궁금해하지 않는 사람들만 가르쳐왔습니다.
무엇보다 머리로만 아이들을 보는 사람들만 가르쳐 왔습니다.
그리고 지금 이 순간에도 수많은 위와 같은 사람들 속에서 계속 이 길을 걸어가는 이유를 찾고자 제 스스로에게 끊임없이 질문을 던지고 있습니다.
지금 이 순간 단 한 사람을 위해서 저는 이 길을 갑니다.
저의 철학을 이해하려고 노력하는 사람이 이 땅 어딘가에 한 명 정도는 있을거란 희망 하나,
저의 가르침을 실천하려고 안간힘을 쓰는 사람이 이 땅 어딘가에 한 명 정도는 있으리란 소망 하나,
바로 이것이 자신의 게으름과 나태함을 현실을 탓하며, 타인을 탓하며 당연시하는 사람들 속에서
제가 버티고 서있는 유일한 이유입니다.
그리고 저의 이러한 희망을 붙잡아 주는 교사가 분명 있습니다.
물론 그 교사의 삶의 저처럼 참으로 고달픕니다.
세상은 그 교사에게 바보라고, 제정신이 아니라고, 미쳤다고, 그래서 무엇이 남느냐고 늘 물어봅니다.
그래서 그 교사는 늘 이렇게 대답합니다.
세상을 탓하기 이전에,
현실을 탓하기 이전에,
어리석은 부모들을 탓하기 이전에,
공무원들의 안일함을 탓하기 이전에,
학교교육의 부실함을 탓하기 이전에,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의 것이 무엇인지,
어떻게 하는 것이 내가 서 있는 이 자리에서 가장 바람직한 것인지,
그래서 무엇부터 하면 될지를 생각하고,
생각한 것을 끊임없이 시도해 본다고.
결코 그것이 가장 잘한것이 아님을 스스로 알고 있지만,
비록 그것이 부족한 면이 많았음을 스스로 느끼고 있지만,
그래서 항상 부족한 자신을 보게 되지만,
그래도 세상과 현실을 탓하는 사람들보다는 잘하고 있음을 아이들의 눈동자에서 확인하고 있다고.
완벽함이란 존재하지 않습니다.
따라서 완벽한 사람 또한 존재하지 않습니다.
그저 내가 서 있는 그 자리에서 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인지 알고 있기에,
왜 해야 하는지 느끼고 있기에,
할 수 있을 때까지,
할 수 있는 것까지는 해야 할 뿐입니다.
이것이 내가 존재하는 이유입니다.
알고 있는 것이 많은 사람,
현실을 냉철히 이해하고 있는 사람,
자신의 능력이 얼마만큼인지 잘 알고 있는 사람은 이 세상에 너무도 많습니다.
그러나 이 많은 사람들은 최유경에게 '선생님'으로 여겨지지 않습니다.
실천하는 것이 아니라 실천하려 애쓰며 살아가시길 바랍니다.
알고자 하는 욕심을 갖기보다 알고 있는 것을 이해하려 애쓰며 살아가시길 바랍니다.
현실이 무엇인지 알고 있다면, 그 현실 속에서 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인지 고심하며 살아가시길 바랍니다.
이런 사람만이 최유경에게 '선생님'으로 다가올 뿐입니다.
이렇게 살아가려 애쓰는 소수의 선생님들이 존재함을 저는 알기에,
결코 선생님의 글처럼 화만 나지는 않습니다.
분노로 이 길을 포기하지도 않습니다.
저 역시 제가 서 있는 이 자리에서 제가 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인지 알고 있고,
왜 해야하는지 이해하고 있으며,
어떻게 할 것인지 끊임없는 고뇌가 늘 따라다니기에
그저 손을 놓고 쉴 수는 없습니다.
그리고 전 이것이 세상이며 현실이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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